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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 [FOOD & WINE] 양진원 대표의 와인 마리아쥬 #42. 9월의 부산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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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라셀라 작성일2019-08-30 11:46 조회25,6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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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가본 적이 없다. 20대 초반 영국에서 보냈던 일 년. 또, 프랑스에서 유학했던 기간을 빼고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동해 본 적이 없는 레어한 케이스. 재미있는 건 평생을 서울에서 아니 더 나아가 한동네에서 지겹도록 지냈는데 가끔 “부산에서 오셨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내가 표준어를 사용하지 않았던가?’ 어찌 되었건 부산 출신이냐는 말은 듣기에 나쁘지 않다. 지금까지 부산에는 딱 4번 가 보았다. 강의로 또 친구를 만나러. 어느 날은 당일치기로 또 어느 날은 1박 2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집으로 돌아오던 날도 늘 다시 방문할 날을 생각했다. 부산은 어쩐지 푸근하고 마음 따뜻한 곳이다. 바닷가를 곁에 두고 있는 곳 특유의 와일드하면서도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가득하달까. 물론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되는 건 하루에 5끼니씩 바삐 먹어도 모두 클리어하지 못한 먹방 리스트가 남아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9월, 한풀 꺾인 더위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더 아름다울 부산. 도장 깨기와 같이 다채로운 먹거리를 자랑하는 부산 먹방 코스요리에 적합한 와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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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뮤즈 부쉬 Amuse Bouche 

삼진어묵과 루피노 프로세코 엑스트라 드라이 Ruffino Prosecco Extra Dry 

이름에 걸맞게 달콤함이 감도는 와인이다. 스파클링 와인은 2차 발효 후 당분 첨가량에 따라 당도가 나뉘는데 엑스트라 드라이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당도 수준인 ‘브륏’보다 살짝 더 달다. 신선한 사과, 복숭아와 같은 과실향과 함께 잔잔한 꽃내음이 느껴진다. 글레라(Glera) 품종에 샤도네이와 피노 블랑이 약 15% 첨가되어 아로마가 더 화려하고 유닉크하다. 양조 방식도 독특한데 보통의 스파클링 와인은 1차 발효를 마치고 잔류당을 이용해 2차 발효를 하는 반면, 루피노의 경우 1차 발효를 한 와인과 다시 과실즙을 섞어 2차 발효를 한다. 이 차이로 더 밝은 과실향을 간직할 수 있다. 먹방의 문을 여는 식전 행사로 각종 어묵튀김과 페어링해 보길 추천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감칠맛이 좋은 생선살을 채워 넣은 고추 튀김, 어묵과 함께 매콤달콤한 양념을 묻힌 떡 볶음 등은 놀랄만한 조화를 보여준다. 부산역에서도 각종 어묵을 팔고 있지만 서울 곳곳의 백화점에도 입점해있다는 사실! 당장 내일이라도 맛볼 수 있는 신나는 조합이다. 

 

앙트레 Entrée 

동래파전과 킴 크로포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 Kim Crawford Marlborough Sauvignon Blanc 

검색을 해보니 2017년도 초 “오락가락하는 비가 내리는 여름의 끝,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과 파전 한 장이 있다면 오늘 이 구역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나다.”라는 글을 남긴 적이 있었다. 기억은 사라졌지만 기록은 무섭고 더 무서운 건 그 맛을 기억하고 있는 내 몸이다. 똑같은 이야기를 쓰고 있다니 나원참. 킴 크로포드 소비뇽 블랑은 생동감이 넘치는 산미와 입안에 침을 가득 고이게 하는 감칠맛이 매력적이며 향의 집중도가 뛰어나다. 패션프루트, 열대과일, 멜론, 푸른 초원 등의 아로마가 싱그럽고 풍요롭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찾을 때 바라는 싱그럽고 상쾌한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는 와인. 바삭바삭 크리스피한 파전은 와인의 질감과 산도와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페어링을 보여준다. 이 구역에서 제일 행복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조합. 

 

메인 Plat 

낙곱새와 구스타브 로렌츠 리슬링 뀌베 파티큘리에 Gustave Lorentz Riesling Cuvée Particulière

구스타브 로렌츠는 맨 얼굴이 자신 있는 와인이다. 순수하면서도 차분한데 심지가 곧고 내면이 강인한 스타일이랄까. 오렌지와 레몬 필과 같은 상큼함에 리슬링 하면 떠오르는 페트롤 향이 품위 있게 올라오며 잘 익은 복숭아, 사과 등의 아로마에 미네럴러티도 풍부하다. 어찌보면 낙곱새와 같은 다소 양념이 진한 음식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함께 먹어보면 와인의 스트럭쳐 자체가 좋아 팽팽한 균형감이 있다. 물론 와인을 곁들일 경우에는 양념을 너무 강하게 쓰지 않길 추천한다. 물론 백미는 마지막에 밥까지 볶아 먹는 밥에 있다. 바닥이 보일 때까지 절대 멈추기 힘든 무한 흡입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시작하자. 

 

해장 Begin Again 

금수복국 까치복국 부샤 뻬레 에 피스 부르고뉴 샤도네이 Bouchard Père & Fils Bourgogne Chardonnay 

남해 연안에서 어획된 복어 집산지가 바로 부산이다. 선도 좋은 복어를 쉽게 구입할 수 있기에 복요리가 발전했다. 해운대구 인근 식당에는 각양각색의 복요리가 판매되고 있어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그중에서도 복국은 깔끔하며 시원한 국물 맛으로 애주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사실 부샤 뻬레 에 피스 부르고뉴 샤도네이와 복국과의 조화는 환생還生 코스와도 같다. 잘 어울리는 것을 넘어서 1번으로 돌아가는 즉, 루피노 프로세코와 삼진어묵을 다시 먹을 수 있는 힘을 선사한다. 반주와 해장을 동시에 하는 신비로움을 만끽할 수 있달까. 부르고뉴 와인 마니아로 특징 있는 밭, 개성 넘치는 생산자의 와인을 당연히 좋아하지만 기본급의 와인은 그랑 메종 와인을 종종 찾는다. 부샤 페레 에 피스와 같은 명 생산자는 다양한 밭을 가지고 있어 기본급의 와인을 만드는데 최상의 블랜딩 결과를 보여주기에 항상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부르고뉴 샤도네이가 보여줄 수 있는 기본기를 탄탄히 갖추었다. 재미있는 건 이런 좋은 건 모두가 알아본다는 사실. 2014년 빈티지는 와인&스피릿에서 무려 91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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